금토화(金土火) - 단편

금토화(金土火)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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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렇게 책상에 붙어 앉아서 펜대나 굴릴 거유?’


‘이게 뭐 어때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야, 니 소관이지, 난 내 할 일만 하면 되잖아?’


‘그래도 그렇지, 형 같은 전문인력이 주구장창, 이렇게 모니터 앞에 송장처럼 붙어 앉아서리, 도대체 뭐가 뭔지……’


정혁이가 나무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예전만 해도 딴따라 라고 하면, 무조건 질 낮은 쟁이라는 개념이 앞서는 바람에, 부모들이 앞다투어 말렸던 예전과 다르게, 요즈음은 세태가 많이도 변했기에 하는 말이었다. 공부가 아니다 싶고, 조금만 손 쫌 보면, 대중 앞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만 들면, 부모고, 형제고 간에 열나 대가리 싸매고, 돈 싸 짊어지고, 기획사에 달려와 대학입시 원서 접수처 마냥, 죽발 때리는 일이 허다했음도, 정혁이의 성질을 돋구는 것 중의 하나였기에…..


‘형, 난 가끔 이 일을 왜 하나 싶기도 해. 로드 매니저 들이랑 술 먹을 때는, 정말 어디 도망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니깐!’


정혁이는 나의 보스이자, 기획사의 수장이다. 그나 나나, 별로 다를 거 없이,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어온 인물 들이고, 성공의 부푼 꿈을 안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스타 예비생 들의 김밥 심부름에, 옷 심부름, 심지어 급할 경우, 생리대에, 피임약 심부름까지 도맡아 오면서도, 그게 고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기획사라고 차리면서도, 나와 그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그는 돈을 끌어다 대는 능력이 남달랐고, 나는 그게 없었다. 그는 연예인들과 개인 매니저들 간의 부적절한 관계로 비롯된 문제들은, 바로 스타를 관리해 주는 기법이 낙후되었기 때문이라는, 지론을 펴가며, 스타 예비생 들의 보호자와 평소, 로드 매니저도 없이, 코디나 운전기사 만을 대동하고 설치는 독고다이 들을 설득했다. 사실, 인기를 몰아가며, 뜨기 전에 동거동락을 같이 해온, 매니저와의 결별이 쉽지는 않은 관계로, 그 팀들을 기획사 측으로 끌어 들이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우의 차원에서, 해당 스타와 이제까지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던 로드 매니저들은, 영입의 수순으로, 본인과 함께 기획사측으로 입성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었지만, 언제나 독점적으로 갈라 먹던 돈의 문제에 있어서는, 의견이 맞질 않아, 코디를 포함해서, 팀 전체가 성공적으로 기획사의 의도대로 영입되는 조건은, 승률이 반반 이라고 봐야 했다. 대개의 스타 예비생 들은 이 바닥의 걸진 세파를 두려워한 보호자들의 우려로 인해, 초반에는 주로 주변의 친인척들이 매니저의 역할을 흉내 내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사촌 오빠네, 이모네 하는 부류가 제일로 많고, 놀고 있는 형, 시집 안간 언니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경우도 꽤 많았다. 대개 그런 스타들은 매니저 들이 눈도장을 찍어가며, 방송국과 관련 인사들을 찾아가며, 어려운 고난의 행로를 찾아 다니는, 전문 로드 매니저들의 살아온 과정과 비교한다면, 땅 집고 헤엄치기에 해당했다. 정혁이는 이제 주먹구구식의 로드 매니저 시대는 끝난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어디서 떴네 하면, 스카우트 하기에 바빴던 것이, 고작해야 기획사의 할 일이었지만, 이제는 추수를 위해 모내기하고, 피 뽑아가며, 비료 줘서, 벼 키우듯이, 전문성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기획사도, 스타들도 공존할 수 없다고 하던, 그의 입버릇이, 이제는 제대로 통하는 시대가 온 것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매니저도 없이, 저한테 직접 연락 하시면 되요, 하는 인물들이야, 대가리 쪼개지게 이쁘거나, 남자가 봐도, 뻑 가게 삼삼한, 조각상 같은 꽃미남이 아닌 바에야, 견적도 꽤나 나올 게 분명하고, 몸치 아니면, 되도 않는 개인기 밖에 없어, 애저녁에, 스타 되기는 글러 버린 부류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혁이는 기획사를 차리기 오래 전부터, 나와 같이 붙어 다니는 적이 많았다. 왜냐하면, 그의 비상한 사업 수완 뒤에, 한가지 없는 것을 꼽으라면, 스타에 대한 상품성의 가치를 예견하는 능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감 만으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정혁이는 자기가 밀고 있는 초년생들을 언제나 앞에 세워놓고, 나의 조언을 기다리곤 했다. 한번은 어느 그룹의 백댄서 중에서 그나마 인물이 받쳐 주고, 노래도 시키면 곧잘 한다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다.


‘누군데, 녹음실에 데려왔어?’


‘내가 요즈음 미는 앤데, 형이 목소리 좀 들어보라고 데려왔쥐, 형이야, 이런 분야의 실력자 아니우?


‘야! 내가 무신 병아리 감별사냐? 너 그거 모르는 구나! 감별사가 감별하는 부위가 생식기라는 거, 너 알지? 띄우려면 우선 장맛부터 뵈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형도 다 알면서? 이게 무슨, 회 찍어 먹는 초장 이우? 맛부터 보게? 조용히 합시다. 알아들을라. 요즈음 것들은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나 바쁘다, 조금 있으면, 오디션 하러 그 떼거지들 올 거야.’


‘누구?’


‘거 있잖아? 청담동 곰팅이가 미는 갸들, 어디서 그렇게 호스트바 에서 죽 때릴 것 같은 놈팽이 들은 모아다 놨는지……그것도 신인발굴이라고, 눈깔에 동태젖을 발랐는지, 동체, 감도 안 온다.’


‘갸들은 왜 형을 괴롭히는데?’


‘뭐 뻔하지, 누굴 얼굴마담으로 내세워야 할는지, 누굴, 뒤로 빼서 백댄서 시킬지, 성량 분석 해달라는 거지 뭐…’


‘형은 참 능력도 좋아. 어떻게 그렇게 직접 뛰지도 않고, 새끼 매니저들 한테 맡겨 놓고, 탱자탱자 놀면서, 요렇게 과외비까지 벌고 있는지…..’


‘야, 스타가 새끼줄표 손에 쥐고도, 지대로 굴러가질 않으면, 그 매니저 뭣 허러 하게…..그냥 사기발 이나 때리면서, 어린 병아리들, 장닭 되기 전에, 연한 속살이나 냉큼냉큼 잡아먹고 앉았지…..’


‘쟈, 뭘 쫌 시켜 볼까?’


‘눈물 팡팡 솟는 발라드 하나 시켜 봐. 음………뭐가 좋을까? 마이크 앞에, 대가리 디밀지 않아도 되니까, 신나게, 목청껏, 외치라고 해.’


‘오케바리!’


콘솔 앞에 앉아서, 나는 반주 될만한 노래를 LCD 화면에서 찾고 있었다. 영국에서 들여온 디지털 음향기기는 이럴 때 제법 쓸모가 있었다. 언뜻 보면, 화면의 모습이 케이크 워크의 조작 화면처럼 보여도, 그 음질이 갖고 있는 박진감은, 아무리 좋은 스피커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세션을 때리는 것 같은 현장감이 살아 있었다. 서너번 인가 인트로를 놓쳐서 얼굴이 벌게진 초짜. 나랑 안면식도 없는 여자가, 나를 보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기획사에 합류하기 전에, 내가 가끔 가서 봐주던 그 녹음실은 가수 지망생들을 위한 오디션이 주로 있어왔다. 연쭐로 밀치고 들어와, 그나마 스케줄을 잡는 애들은, 대개가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목표로 하는 기획사의 담당자들을 어떻게든 구워 삶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 부업겸, 음향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기획사의 사람들은 오디션의 말미에, 꼭 나에게 어땠느냐고 질문을 하던 것이, 그 당시에는 아예, 오디션에 대한 총평과 아울러, 상품성을 예측해 달라는 말만 달랑 맡기고, 내가 기획사의 대표인양, 오디션을 주관해 달라고까지 했었다. 불법이든 말든, 오디션이 끝나면, 잘 봐달라는 봉투는 물론이고, 남자들의 경우에는 룸싸롱 에서 서로 걸지게 놀 수 있도록, 분우구 조성을 해 준다 랄지, 여자의 경우에는 역시나 술시중과 아울러, 한 코 걸쳐달라고 애원하며, 육탄공세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이야, 신인들을 발굴하는 단계에서부터, 투명성을 유지하자는 정혁이의 의지처럼, 스타가 될 성 싶은 떡잎은, 초기부터 상품가치의 하락을 야기 시키는, 쓰잘데기 없는 돌출적 행동이나 분란을 애초에 막아보자고 나서는 것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이긴 하다. 그렇게 바뀌어져 가는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예전에는 인맥으로, 혈연으로, 지연으로 비집고 들어 앉아, 어떻게든 한 자리 틀어 볼 수 있는 껀덕지가 있기는 했지만, 요즈음은 회사 입시 시험보다 더 까다롭게 선별하고, 기준을 칼 같이 갖추어 들이대는 것이, 상례화 된 편이다. 그 기준을 넘지 못하면, 어차피, 경쟁이 고도로 치열한 이 바닥에서, 결국에는 도태되고 말 거면서도, 지만 바라보고 있는, 많은 식구들의 가슴속에 꿈만 디리 심어 놓고, 바람만 불어 젖히게 한 뒤에,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었다. 스타도 못 될 거면서, 그 와중에 나이 먹어가는, 로드 매니저들의 한숨과, 코디 들의, 협찬을 위해 부르튼 발과 지문도 없어진 손바닥, 너무 조아리다 못해, 디스크까지 왔다는 정성도, 무산되는 그 시점에서, 본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주위의 식구들까지 실업자로 만드는, 스타 대열에서의 중도 탈락자들은 그렇게나 많았건만, 겉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일도 없었다. 그렇기에 정혁이는 기획사를 차리면서도, 나를 굳이 끌어 가려고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스타를 감별해 낼 줄 아는 나의 작은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기획사의 내부에도, 전문 평가 인력이나, 마케팅적인 분석작업을 하는 인물들이 없던 것도 아니다. 기획사 들이 굳이 나에게 명함을 가라로 파서 들려주기까지 하면서, 대접이나 잘 받으라고 떠 밀었던 이유는, 단 두 가지 였다. 첫째는 이미 자기들이 보기에 별다른 성공의 요소가 갖추어지질 못했으니,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나 같은 전문가의 손에 의해 평가 받으면서, 그 꿈을 죄송스럽지만, 접어달라는 측으로 몰아가 달라는 것이 그것 이었고, 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나의 조언을 참조하기 위한 것이 그것 이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나도 무척 신경을 써 가며, 살펴보기는 한다. 그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나의 조감을 통해, 자신들이 가늠한 상대적 상품가치와의 공개적인 비교를, 한번 해보자는 의도가 그것 이었다. 첫 번째의 경우 에는, 언제나 비장한 표정으로 매니저 들이, 당사자 들에게 일장 훈시를 하면서, 이 바닥에서 잘 나가려면, 무엇보다 너를 평가해 주려는 사람들을 위해, 보지에 길 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며, 누가, 누구 보지에 언제 담갔네 하는 기억도 못할 만큼, 많이 돌려 주다 보면, 어느새 스타의 자리에 올라가 있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 라는, 좇 같은 격려를 하는 작태를 많이 보아왔다. 두번 째야, 어느 경연대회에서 발탁 됐네, 어디 공채네 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이어서, 혹여라도, 나 스스로, 문제시 될만한, 야시런 접촉을 피하는 편이었지만, 첫 번째 경우는 어차피 낙향의 길을 걷게 될 인물들에게, 이 바닥의 물이 좇나 더럽다는 인식을 아울러 지워주며, 졸업을 시켜줘야 하기에, 나 같은 전문 평가 인력과 빠구리 접대는 그들을 스스로 굴복시키고, 연예계라는 바닥에서 사사로운 정을 떼게 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 중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었다.


‘형, 어떠우?’


‘목청 하나는 좋은데, 단물 빨려면, 지금부터 한 재산 깨지겄다. 그것보다, 저 얼굴에, 저 몸매에, 저 다리 같으면……나 같으면 말이지. 모델 쪽이나 뮤비(뮤직비디오)쪽으로 뚫어 보겠는데……’


‘그래? 그게 나을 거 같애?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니깐…..’


‘가창력 좋은 여자애들 쫌 봐 봐라. 벌써부터 구강구조가 빡씨게 틀리잖아? 게다가 쟈는 음성에 착착 붙는 맛이 아예 없다구. 너 쟤, 남자 친구는 만나봤냐?’


‘아니, 그건 또 왜?’


‘거 봐라. 지 잘난 맛에 사니, 남자가 붙을 턱이 있나? 사랑에, 섹스도 제대로 못해본 년이, 감정 하나 살릴 줄도 모르고….. 무신 노래는 한다고….너도 그걸 눈깔이라고…. 쯧쯧…… 그 싸한 분위기에, 얼짱 각도가 두개골에서 줄줄 흐르는 걸 보니까, 영판 모델 구찌구만. 게다가 젖퉁이도 밋밋하니, 매끈한 목이랑, 어깨선 하며, 다리 하나 잘빠진 거 보면 모르겠니? 노래 잘 부르는 년들 치고, 히프 탱글 하지 않은 년들 없드라. 그게 다 골반이 울림대 역할 한다는 누구누구 얘기 아니겠니? 저 살도 없이 골반만 뎅데그리한 히프야, 먹어보질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모델 가다 아니냐, 이 말이쥐!’


‘역시 형만한 사람도 없다니깐…..야, 안되겠다. 어이!, 노래는 너 혼자 있을 때 부르고, 어서 짐 챙겨서 모델라인에 등록부터 해야 쓰겄다. 형, 나 그럼 가우!’


그런 그의 또 다른 특징은 도마 위에 올려 놓은 음식은, 반드시 김이 무럭무럭 나게 만들어 서리, 밥상에 올리고야 만다는 사실 이었다. 그가 기획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공을 예견했던 것은, 평소 그가 밀어대는 초짜 들이, 결국에 가서는, 초반에 마음 먹었던 길은 아니더라도, 그 바닥이든, 어느 분야에서 건 간에, 기어이 각광을 받기는 받게 된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으로 밀어 붙인 뒤 켠에는, 나의 조언이 있었음을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획사를 설립하는 초기 이전부터, 나에게 손을 벌리며, 도움을 요청해 왔었다. 그랬던 그가 요즈음은 나에게 방안에 틀어 박혀서, 상품성 분석이나 향후 예측 같은 문서 업무만을 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장 나리! 요즈음 너, 나한테 무슨 불만 있냐?’


‘형, 무슨 불만….. 아까운 인물이 맨날 컴퓨터나 붙들고 있으니 하는 소리지. 뭐, 딴 게 있겠수? 그렇다고 형 같은 인물을 길바닥으로 내몰면서, 초짜들 몸종 노릇이나 하게 할 수도 없고…..’


‘그게 아닌 거 같은 데? 너 나한테 뭐 하고 싶은 말 있냐?’


‘하이고, 눈치 하나는 정말 빨라요. 그럼 내 톡 깨놓고 얘기 할께.’


‘뭔데?’


‘사실은 그 하나로 기획이라고 있잖수?’


‘그래, 그런데?’


‘그 쪽에서 예전부터 예능군단이라고 키워 온 거 알지?’


‘응.’


그들의 예능군단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얘기였다. 중학생이 되기도 전에, 만능 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는, 소질이 다분한 아그들을 발굴해서는, 체계적인 훈련과 투자를 통해, 예견된 스타를 육성해 나간다는 야심 찬 계획인데, 그 비용의 규모를 떠나, 지금도 어디 에선가 우리를 울고, 웃기고, 즐겁게 해 줄 미래의 대형 스타들이, 나날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기획사의 명망을 높이기에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는 프로젝트 였다.


‘근데, 나를 포함해서, 이 바닥의 내노라하는 떨거지들이 탐을 내는 여자애가 하나 있거덩?’


‘그럼, 니 말은, 갸를 데려오고 싶다, 이 말이야? 그건 쫌 그렇지. 하나로 애들은 적정 연령이 되기 전까지는, 일체의 방송활동을 못하게 하는 걸로 유명한데,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치자, 다른 기획사들이 우리 보고 뭐라 하겠냐? 기껏 밥 지어 놨더니만, 딴 놈이 냉큼 침 뱉었다고 안 하겠니?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상도의가 있듯이, 우리도 이 바닥에서 굴러 먹긴 해도, 그거와 비슷한 거라도 있지 않겠느냐 말이지.’


‘근데, 문제는 그 아그가 뭐가 불만 이었는지, 공식적으로 그들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지금 다른 기획사를 찾는다는 거야, 그게 핵심이쥐.’


‘아니, 갸들이 미쳤냐? 또라이냐? 무슨 지랄 났다고, 돈 쳐 들여가매, 헛고생 할까 봐.’


‘내가 듣기로는 거의 수준이 갖추어진 상태라, 그 쪽에서도 전전긍긍 하고 있다는 거지. 안그렇겠수? 시장에 내놓는 순간, 각광 받기 십상의 수준에, 몸빨에, 개인기며, 연기력에, 다 침을 흘릴만하지 뭐.’


‘야, 아무리 그렇기로 서니, 앞 뒤 가리지도 않고, 대가리 피 터지게 싸울 값이 아니라면, 괜시리, 그 딴 아그들 건드렸다가, 볼짱 다 보는 수 있다, 너? 그리고, 이미 태어날 때부터 대형 스타 아닌 다음에야, 한국에 그런 시장이 어디 있대? 어디 초짜 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단물 줄줄 빨아대는 터를 누가 마련해 준다디?’


‘글쎄 그러게나 말이야. 나도 내키지는 않는데, 벌써부터 오디션이나 보자고, 선을 넣는 애들도 있다고, 지난 밤에 술 먹는데 그러드라니깐? 그러니, 나라고 가만 있을 수 있남? 기어이 연락처는 얻어왔지.’


‘너 혹시, 하나로가 아니라 딴 기획사 아냐? 어디 애로 영화 제작하는 애들이 장난질 치는 거, 그런 거 말이야.’


‘그건 아닌 거 같아. 암튼, 나도 욕심은 땡겨서리, 한번 줄 쫌 넣어볼까 하는데, 형 쫌 도와 줄라우?’


‘그거야 어렵진 않다만, 그러다, 우리, 하나로 애들한테 덤 테기 쓰는 거 아냐?’


‘뭔 말이래?’


‘아니,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손가락 찌른다며? 그러다, 덜컥 갸가 우리 쪽으로 기울면, 그걸 기화로 하나로 애들이랑, 다른 기획사들이 우리를 물고 늘어지면 어떻게 하느냐 이거지. 그러다 좇 되는 수 있다, 너!’


내가 계속해서 비토를 걸고 자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정혁이는 미련을 버리질 못하고 있었기에 나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사장, 일단 하나로 애들을 만나보자. 나도 인맥이 있으니, 갸들을 만나서 어찌 된 연유인가 알아보고, 서류상은 아니더라도 공정 경쟁의 상태인가를 확인해 보자는 거지, 어때?’


‘오케바리!’


나는 안테나를 세우고, 책임 있는 발언을 해 줄 수 있을 만한 선에서 인물을 꼽아봐 달라고 연락을 넣었다. 얼마 있질 않아서, 하나로의 중요 인물로 꼽힌다는 인물이 우리와의 미팅을 주선하고 나섰다. 본론이 오가야 할 자리이기에, 우리는 바로 술자리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그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안녕하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 바닥에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 이었지만, 그는 우리를 환하게 알고 있었다.


‘바로 술자리에서 뵙게 되어서 부담이 되지는 않으셨는지요?’


정혁이의 매너는 역시 우두머리답다.


‘아니요, 뭐, 별로……우리 예능 군단에서 내보낸 아이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이 바닥이 넓은 것 같아도, 손바닥 만한 놀이터 아니겠습니까? 무슨 연유로 그 아이가 하나로를 떠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한번 손을 뻗쳐 봐도 될는지, 어떤지, 의심도 가고 해서 말이죠.’


내가 본론을 먼저 질러 버렸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될지…….사실 우리가 공을 억수로 들인 건 사실이죠. 누가 봐도 군침 돌 만큼의 끼에다가, 뭘 가르치면, 갈라진 땅에 물 스며 들듯이, 쪽쪽 소화해 내는 것이, 이런 무끼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아이였죠. 저희는 처음부터 들어가는 돈에 대해서는, 일체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표시를 하질 않지요. 괜시리 돈이 처음부터 관여 되면, 허접한 수련장이나 전과 나부랭이의 표지모델로 나가네, 인기도 없는 학생교복 포스터에 나갑네 하면서, 눈도장 날리는 기회랍시고 잡기는 커녕, 시장에서 진품 평가가 내려 지기도 전에, 좇 되어 버리는 경우를 왕왕 봐 왔기 때문이기도 하죠. 저희가 그 아이를 캐스팅 한 게 지금부터 3년 전쯤이었는데, 그때가 고1 때였습니다. 이제 한창 물이 오르고, 풋풋함을 무기로 해서, 시장 내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점 이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정이 내부에서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끝내준다면서 무슨 결정이 그렇습니까? 이건 무슨 프로야구 선수 트레이드나 방출도 아니고서리……’


‘오죽 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고이고이 자라주는 것을 가장 원합니다.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저런 끝내주는 아그들이 어디 숨었다가 저렇게 뿅 튀어 나오나 하는 신기한 느낌과 아울러, 역시 저런 아그들을 골라서 키워내는 것들은 눈깔이 달라도 한참은 다르구나 하는 시각을 심어주려는 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우리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는 부모나 본인들에게는, 이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스타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구나 라는 당당함을 심어주고, 우리 안에서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는 안온함을 동시에 안겨주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아이는 우리의 요구를 백이십 프로 수용하면서, 대박의 조짐을 하루가 다르게, 저희 기획사 측에 각인 시켰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기획사 측이 조절하거나 감당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는 얘기인데, 맞습니까?


‘역시 소문대로 예리 하시네요, 맞습니다.’


나의 질문에 그들이 한숨을 폭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라야, 어디 여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학년이 올라가고, 몸매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우리 예능군단에 속해 있는 아이들에게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지요.’


‘이상한 소문 이라뇨?’


‘연습 시간이나 때때로 그 애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다는 얘기 였지요.’


‘사라지다뇨?’


‘맨 처음에는 그 아이의 재능에 대한 시기의 시선이 불러 일으킨 내부의 불화가 아니겠는가 했었는데, 그 소문의 진상을 캐기 시작하면서, 저희도 아연해 지기 시작했던 것이죠. 다른 아이들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 것입니다. 연습 도중에 사라지는 장면이 저희의 CCTV카메라에 잡혀, 따라 가보니 그 곳은 화장 실 이었습니다.’


‘화장실 이라뇨?’


‘저희 연습실이 속해 있는 건물에 숨어 들어올 수도 있는 외부 침입자나, 연습중인 인원들을 끌어가려는 염탐꾼을 막기 위해, 저희 건물에 들어 오려면 개 목걸이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되어 있고, 철저한 보안유지를 해오고 있죠. 그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다름 아닌 화장실 입니다. 그저 입구까지만 카메라가 비추고, 그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 지는 알 수가 없죠. 개중에는 이른 나이에 담배를 배워, 틈틈이 화장실을 굴뚝으로 만드는 아그들도 있지만, 저희는 내버려 두는 편입니다. 그런데, 대개 화장실을 사용하는 한계라는 것이 있질 않습니까? 그 아이는 적게는 20분, 길게는 40여분 정도를 화장실에서 보내는 것이 밝혀 진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비밀리에 내부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혹시 마약이나 그런 것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말이죠. 우리들 세계에서 제일 치명적인 게 그거 잖습니까? 그래서 조를 편성해서 화장실을 출입하는 그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아울러, 화장실을 비운 후에 그 안에서 과연 무얼 했었는지를 쫓기 시작했지요.’


‘그건 프라이버시가 아닐까요? 변비가 있을 수도 있고, 유달리 화장실에서 자신만의 괴로움 이라든가, 현실에서의 압박감에서 해방되고픈 욕구를 푸는 유일한 장소일 수도 있고….. 저희들도 다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힘들고 괴로울 때 화장실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뭐 그런 거 말이죠.’


‘저희도 사실 그러기를 바랬지요. 그러나, 저희가 밝혀 낸 것은 좀 특이한 것이었지요. 언제나 그 아이는 네 군데의 변기 중에서 동일한 곳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 냈습니다.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그 변기 주위를 샅샅이 뒤진 결과, 찾아낸 것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글쎄요….’


‘u치와 기다란 천 조각 이었습니다.’


‘그게 그 여자애랑 무슨 관련이 있죠? 별로 이상한 물건도 아니질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중요한 단서가 된 것이죠. 우리 팀 중에 한 사람이 몰카를 설치하자는 말을 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기도 했구요. 만일 그 사실이 밝혀지면, 누가 믿고서 우리 기획사에 발을 들여 놓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설치 했습니까?’


‘아뇨! 그 대신 그 물건을 저희가 수거해 버리고, 그 안에 쪽지를 넣어 두었죠. 그것을 찾고 싶으면 기획사 사무실로 비밀리에 찾아오라고 말입니다.’


‘왔나요?’


‘며칠간 잠잠해서 저희는 잘못 짚은 것이 아닌가 하고 잊어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며칠 후, 눈이 퉁퉁 부은 채로 그 아이가 연습실로 들어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평소처럼 활달하지도 않고, 가창 연습 때, 발성부터 찌질 대기 시작하더니만, 급기야, 재즈 댄스 시간에 발목을 삐고는 사무실로 불려왔지요.’


‘그래서요?’


‘우선 몸이 걱정이 되니 어쩐 일인가 형식상 물은 것 뿐이었는데, 거의 광란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더군요. 자기를 괴롭히지 말고 가만 쫌 놔두라며, 히스테릭 하게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우리는 급기야 그 아이의 보호자를 호출하게 된 겁니다.’


‘일진이 그런 날도 있을 수 있는데, 보호자를 부른 건 쫌 그렇네….’


‘아니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사무실로 도착하고, 아이를 내보낸 후에, 우리는 평소 걱정하고 있던 부분들과 화장실에서 발견한 물건들에 대해서 의논을 부탁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그 물건을 보시고, 처음에는 언뜻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저희의 설명을 들으시고는 아무런 말씀 없이, 아이를 다시는 이곳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시고, 돌아가 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로 자신의 비서를 통해, 계약을 해지 하자는 말씀을 전하셨고, 저희는 순순히 계약을 접었습니다. 아직 미성년이었고, 계약 조건에 언제든지, 연예계로의 데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쌍방이 임의로 계약을 접을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상황을 설명 드리긴 해도, 저희도 아직까지는 그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는 자유경쟁 상황이므로, 저희가 아닌 누구라도 그 아이와 접촉해서 의사를 타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뭐 속이 쓰리긴 해도, 어쩌겠습니까? 아까운 아이였는데, 그 아이는 우리가 아니라, 어떤 줄을 타고 나오더라도 성공은 보장된 그릇이라는 게, 저희들의 중론 이었거든요. 알맹이도 없는 얘기를 너무 부풀려 얘기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술까지 얻어먹다니, 좀 그렇네요.’


‘아닙니다. 보탬이 될만한 좋은 얘기 잘 들었습니다. 일이 잘 성사 되면, 그때 가서 한턱 제가 쏘겠습니다.’


그들과의 미팅이 끝난 후, 정혁이가 나에게 물었다.


‘형은 어떻게 생각하우?’


‘생각이고 자시고, 우선 만나나 봐야 안 되겠니?’


그 다음은 정혁이의 밥그릇 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그쪽 보호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정혁이의 몫이었다. 시내의 유명 호텔 커피숍에서 자리를 마련하기로 하고, 나와 정혁이, 그리고, 그 쪽 보호자와 문제의 그 인물이 나오기로 한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나와 정혁이는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연신 담배만 조져대고 있었다. 약속된 시간에서 20여분 정도 지났을까? 왠 초로의 중년 신사와 50대 중반의 여인과 여고생처럼 보이는 여자가 야구모자를 꾹 눌러쓰고 우리 앞에 다가 섰다. 서로가 인사를 나누고, 정혁이는 그 간의 일들과 하나로와 접촉했던 일들까지 숨김없이 얘기했다. 그 아이의 예명은 수아 라고 했다.


‘수아씨라고 했죠? 지금 나이로 보면 대학 갈 나인데, 갈 생각은 없어요?’


그러나, 어쩐 일인지 다리를 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얼굴 쫌 보죠. 이왕 이런 자리 인데, 서로 상견례쯤 해서 안면식 정도는 있어야 하질 않을까 싶은 데요.’


내가 슬며시 비토를 걸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야구모를 벗었다. 그 안에 말아 넣었던 듯싶은 긴 생머리가 찰랑하며, 쏟아져 내리고, 나나 정혁이나 그 애띤 얼굴과 청초한 순수에 넋을 단번에 잃고 말았다. 카메라 테스트를 해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조막만한 얼굴에 알차게 꾸며진 이목구비는 고칠 것도 없이, 자연미 그대로라도 먹힐 수 있는 구석이 다분했다.


‘인물이 대단하네요.’


그 탄성과 동시에, 옆을 지나다니던 남자들이 힐끔대고, 주변의 좌석에 앉아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로 쏟아져 벗어나질 못하는 걸, 나는 온 전신으로 느끼고 있었다.


‘허어, 수아야, 그렇게 일렀는데도, 어여, 모자 써라!’


옆에서 근엄하게 나무라는 양반은 나이가 지긋하신 것으로 보아 아버지 뻘 되는 듯, 싶었다. 나는 뜬금없이,


‘아버님,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실례의 말씀인지는 몰라도, 저는 저 아이의 부친이 아니고……’


‘그건 제가 말씀 드릴께요. 저 분은 일년 전, 기획사를 나오기 전에 저희가 찾아가 뵈었던 유명한 분이지요. 송학 선사님 이라고…… 우리 수아의 운세를 짚어 주셨지요. 급기야, 기획사를 나와야겠다는 결정도 저 분이 하셨고, 오늘의 만남도 적극적으로 추천하시는 바람에……’


수아 어머님의 말씀에 나와 정혁이는 멀뚱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실소를 머금었다. 아니, 세상에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은 생각에서 였다.


‘제가 수아를 처음 만났을 때, 수아의 성인 운세는, 이름 하야, 돌진하는 수레바퀴처럼 달려들어 오는 형상 이었습지요. 남들이 소위 일컫는 끼가 다분히 넘치고, 온 몸에서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던 미모와 체격 등이 그러했고요. 대개 연예인들의 운명에는 사주(四柱)상 금()이 많습니다. 금이 무엇입니까? 귀하고 빛이 나지요? 자신의 의지도 있겠으나, 우선 남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보면 볼수록 시선이 끌리고, 자꾸 보고 싶어지게 되고, 갖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 금 덩어리 아니겠습니까? 그 금이란 것은 얼굴에 가장 잘 드러나지요. 평범한 여자가 금을 많이 지니고 있으면, 뭇 남성으로부터 대쉬를 받게 되는데, 얼굴이 보통이면, 대개는 거시기가 명기인 여성들이 대부분 입니다. 그 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지리멸 같은 영혼을 마주치게 되면, 그 금을 강제로라도 빼앗으려고, 스토커가 되거나, 상대를 겁탈한다 든지의 범죄적 유혹에 빠져, 상대를 소유하려는 집착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지요. 수아의 경우에는 사주상 그 무지막지한 금()을 보듬고 있어야 할, 토(土)가 빠져 있지요. 게다가 스타가 되려면 땅속에 묻혀 가려지지 않은 금()을 제련 시켜줄 화(火)가 필요한데, 하나로의 지리적 강점은 수(水), 즉 물이 넘쳐나서 수아와는 어차피 상극 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성인 운이 다가오면서 답답한 나머지, 감추고 있어야 할 수아의 감추어진 내면이 폭발한 겁니다.’


‘그게 무엇이죠?’


‘수아처럼 무지막지한 금을 갖고 있는 여자는, 예전에는 아예 머리를 깎여서 절로 들여 보냈지요. 그 음기를 속세에서는 다스릴 방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아에게는 제멋대로 내깔려져 겉으로 드러난 금의 악영향이, 음란증으로 도지는 사태로 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죠. 그것을 막아보려고, 제가 특별히 부적함을 은으로 만들어, 사슬과 함께 허리에 채워 놓았지요. 끊어내지 않고는 벗을 수 없도록 해 놓았고,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차고 있어도, 팬티의 고무줄 선과 거의 비슷한 위치라서 알 수가 없었지요. 시시각각 자신을 덮쳐오는 음란한 기운에 휘말리다 못해, 수아는 화장실에 들어가 숨겨놓은 천 조각으로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자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교묘하게 엮여져 있는 사슬의 고리를 u치로 풀어낸 후에, 변기 위에 앉아 정신이 돌아버릴 정도로 수음을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보지를 치밀어 오르는, 그 뜨거운 열기를 부적으로도 주체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럼, 수아양은 지금 치료가 필요한가요?’


정혁이는 좇 됐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질문을 하고 있었다.


‘아니요, 필요치 않습니다. 수아는 연예계에서 반드시 뜰 겁니다. 그러나, 결혼은 할 수 없지요. 그 음란함을 이기지 못하고, 연예계의 물에 휩쓸려 이 남자, 저 남자를 향해 가랭이를 벌려주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약에도 휘말려서, 종국에 가서 제2의 O양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던 와중에 선생님의 미팅 소식을 접하고, 제가 적극적으로, 선생님의 기획사에 들어가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왜냐구요? 사장님과 옆에 앉아 계시는 분이, 수아 옆을 지켜만 주신다면, 수아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진배 없기 때문입니다.’


‘천군만마 라뇨?’


‘사장님의 관상을 보면, 불(火)이 가득합니다. 수아의 금쪽 같은 재능을 이리 달구고, 저리 녹혀서, 기어이 물건을 만들어 놓으실 것이 분명하고, 옆에 앉아 계신 분의 관상에는 토(土)가 그득 하군요. 수아의 막대한 금덩어리가 자리를 틀고 있어야 할 곳을 정해 주실 분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제야 수아가 제대로 된 기획사를 만난 것 같군요. 두 분도, 제가 뵈니, 수아처럼 편향적인 사주를 소유하고 계셔서, 어차피 결혼 생활은 평탄치 못할 것 같군요. 생각이 괜찮으시다면, 여기 모인 우리 다섯 사람만 아는 선에서 수아를 포함해서, 세 사람의 계약동거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 수아의 사주가 옆에 계신 분의 자리배정에 힘입고, 사장님의 능력으로 밀어주시기만 하면, 그 음란증도 사그라 들 것으로 확신 합니다. 정확치는 않지만, 세 분이 함께 어울려 합궁의 배합도 겪어 보신다면 보다 정확히 느끼실 겁니다. 두 분의 뻗치는 양기도 만만치 않군요. 세상의 잣대로 보기에 조금 일탈적 형상이긴 하나, 세 사람의 어우러짐이 보다 산뜻한 출구를 찾아 진전된다면, 별로 문제시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어머님께서는 어떠신지요?’


‘저야 뭐, 세상에 내 놓고 딸자식을 시집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간절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상황이 이렇다면 받아들일 밖에요. 저는 선사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선사님이 예전에 저에게 그러셨지 않습니까? 운명을 피하려고 길을 돌아 갔더니, 운명이 저 먼저 알고 와서 기다리더라는 것 말이죠. 어디다 말은 못해도 저렇게 번듯한 사위가 둘씩이나 생기게 되는데 반대할 에미가 있겠습니까? 수아야, 넌 어떠니?’


나와 정혁이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아리따운 여자를 얻는다는 것만 해도 아찔할 지경인데, 형님, 아우하면서 저 여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의좋게 아우르며, 박아댈 생각을 하였으니 말이다. 아까 전 모자를 벗자마자, 온 남자들의 시선이 대번에 쏠리던 그 화사함…… 시셋말로 대박의 넝쿨을 동시에 거머쥔 정혁이와 나…….이건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떼로 토끼를 잡아 챈 상황이었다. 정혁이는 나보다 마음이 더 급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된 바에야 더 뭘 기다리겠습니까? 어머님, 여기가 호텔이고 하니, 어서 우리 세 사람 합방식이나 치루게 허락하시죠. 당장 내일부터 스타 하나 탄생합니다. 그건 제가 보장 하죠. 이 바닥에서 제 이름 걸고, 뜨지 않은 인물 없는 건, 다 아시질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나와 정혁이, 수아는 두 분을 커피숍에 남겨 두고, 호텔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강기 앞에 서서 돌아다 보니, 어머님은 울고 계셨고, 그 옆의 선사란 분은 환하게 웃으시면서, 우리들을 향해 어여 올라가라는 손짓을 하고 계셨다. 돌아서 입구로 가시는 두 분을 보면서, 나와 정혁이는 마주본 채, 승강기 안에서 수아의 손을 양쪽에서 거머 쥐었다. 그리고,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동시에 터져 나온 말에 수아가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 금땡에리!’


방안에 들어서서 우리 세 사람은 한동안 앞 날의 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핸폰은 지랄 맞게 계속 울리고, 우리 세 사람을 찾는 이들은 줄을 섰건만, 우리의 귀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세 사람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핸폰의 건전지를 동시에 빼 버렸고, 흡사 찜질 방에 온 것마냥, 자연스럽게 긴긴 얘기를 하면서도, 하나하나 옷을 벗어갔다.


‘형, 호칭을 뭐로 하지? 이제 부텀 나랑, 형은 남편인 동격이니까 서로 맞 먹으까?’


‘사장, 너 죽을래? 그래도 우아래가 있지. 아무래도 우린 공인 아니냐? 밖에서나 안에서나 수아, 너는 우리를 오빠라고 불러라, 알았지?’


수아는 말이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벌써 바닥에 조져 앉아, 정혁이의 좇을 빨면서 내 것에 손을 뻗치고 있었기에…..


‘돈은?’


정혁이 다운 질문 이었다.


‘수아야, 저 사장 쇄끼 좇나 쪼여라. 띠발, 지금부터 우리가 벌어들이는 돈, 전부 너에게 갖다 바쳐야 할 판에 니꺼 내꺼가 어딨냐? 다 우리 꺼지……’


정말이지, 나와 정혁이는 하고 많은 지망생들의 보지를 섭렵해 봤지만, 수아 만한 물건은 듣도 보도 못했다는 말을, 연거푸 털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물건을, 평생 둘이서 맛나게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영화 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었는데, 게다가 이제는 내 좇 위에 올라타고, 흥얼 대듯이 노래를 부르면서, 신음을 섞어대는 모습은 가히 예술 이었다. 내 좇이 박힌 보지 사이로, 질투하듯이, 뒤에서 좇을 겹으로 끼워 넣는 정혁이가 한마디 했다.


‘아휴, 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다 노래 잘 부르는 것 쫌 보라니깐……. 역시 노래를 잘 부르려면 응댕이가 이뻐야 한다는 형 말이 맞긴 맞네……..캬! 고소하네. 하나로 자슥들, 이런 물건을 눈 앞에서 놓치다니, 재수 없는 자슥 들은, 뒤로 넘어져도 좇대가리가 뿌러진다는 말이 맞긴 맞나벼…….’


‘물건이 뭐냐? 물건이….. 이젠 아내 될 사람에게…… 수아야……. 딴 생각하지 말고, 뒤에는 우리가 버티고 있으니, 어디 훨훨 날아 보렴. 뒤는 우리가 책임 질께. 우리 두 사람, 절대 실망 시키는 일 없을 거다. 우리 세 사람, 이 복마전 같은 바닥에서, 은퇴하는 그 날까지, 죽자 사자, 너만 아끼며, 살아갈 테니, 너도 우리 맘을 조금 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해.’


수아는 우리의 말을 백분 이해했는지, 그 날을 꼬박 새우고, 아침 나절이 될 때까지, 적어도 손가락 숫자가 모자랄 만큼, 서로의 뼈와 살을 태웠다.


‘형, 우리 수아 나간다.’


‘임마, 사람들 앞에서 우리 수아 같은 호칭, 조심 하랬지? 낮말은 핸폰이 듣고, 밤씹은 몰카가 잡아챈다는 요새 속담도 모르냐? 잠자코 주는 주스나 먹고 앉았지, 왠 말이 그렇게나 많아?’


시상식장의 지정석에 앉아, 연말 시상식의 무대를 화려한 드레스로 장식하면서 좌중을 탄식으로 눌러 버리는 수아의 모습을 본다. 일년 사이에 저렇게 커 버리다니….. 모델이면, 모델,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이제 수아의 가치는 상종가를 치고도,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나는 그 사이, 책상을 박차고 나와, 예전처럼 수아의 로드 매니저로 자리를 바꾸었고, 수아의 폭발적인 성공에 힘입어, 기획사는 너도나도 대가리라도 하나 디밀어 볼 요량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정혁이는 내가 옆에 있어 든든하다고는 하면서, 합숙을 빌미 삼아, 수아의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너른 저택에 돌아오기 무섭게, 하루 종일 보고 싶어서 혼났다고 하면서, 나를 째려보기 일 수였다. 돈? 그게 무슨 대순가? 세 사람이 깊이 사랑하면서, 마음에 맞는 일을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 아닌가 싶다. 다만, 아직까지 덩그러니 비워져 있는 수아의 화장대에 세 사람이 함께한 결혼식 사진을 올려 놓고 싶은 마음은 나나 정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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